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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를 앞둔 고등학생입니다. 많은 훈련량으로 매일 피곤해하니 어머니께서 한약을 지어오셔서 복용 중인데요. 관장님께서 한약을 복용하면 도핑 테스트에 걸린다며 먹지 말라고 하십니다.
    저도 운동 선수들이 한약을 먹고 도핑테스트에 걸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한약을 먹으면 정말 문제가 되나요?
  • 작성자 :  청연한방병원 상무점 병원장 김지용 등록일 :  2016-08-18 조회수 :  1,514

  • 카더라-한약과 도핑 김지용.jpg


    일단, 한약을 먹으면 도핑 테스트에 걸린다는 잘못된 소문이 생긴 원인에 대한 설명과 한약이 실제 도핑과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체크.jpg 왜 한약을 먹으면 도핑 테스트에 걸린다는 잘못된 소문이 생긴 것인가?


    가장 최근에는 2015년 4월 배구선수 곽유화 선수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징계 결정 전 열린 청문회에서 "한약을 복용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 결과 곽유화 선수가 복용했던 약물은 다이어트를 위한 양약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운동 선수들이 도핑에 걸리고 난 뒤 한약을 핑계 삼아 발언한 것들이 누적되면서 잘못된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특히 2010년에 여자 장대높이뛰기 간판스타인 임은지 선수가 한약을 먹고서 도핑에 걸렸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이는 정상적으로 한의사에 의해서 처방된 한약이 아니었습니다. 지속적인 허리와 발목 통증으로 고생하던 임은지 선수는 주변에서 ‘지네환이 용하다’라는 말을 듣고, 지인을 통해서 비의료인(일명, 돌팔이)에게 구해서 먹었고 그 지네환 성분에 도핑 테스트에 걸리는 물질이 있었던 것입니다.


    한의원, 한방병원과 같은 정식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제대로 된 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엄격한 품질검사에 합격한 한약으로 외부에서 개인적으로 구매할 수 없습니다. 일반 약물과 같이 오로지 의료기관에서만 관리되는 한약입니다. 그러므로 ‘지네환’과 같이 비의료인에 의해서 처방되는 한약은 그 성분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료인인 한의사에 의해서 처방되는 한약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체크.jpg 그럼 한의사에 의해 처방되는 한약은 도핑에 안전한가?


    이에 대해서 소개할 연구가 있습니다. Korean Journal of Sport Science에 실린 '엘리트 선수들의 한약 섭취 실태와 도핑안정성 검증'이라는 논문입니다 [1]. 엘리트 선수들의 한약 섭취 실태를 확인하고, 복용하는 한약을 대상으로 도핑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조사한 연구입니다.


    한의학계가 아닌 체육계의 논문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논문입니다. 엘리트 선수들은 경기력의 상승을 위해서 진취적으로 노력하는 타입이므로 운동영양보조물을 섭취하는 빈도가 매우 높은 편이며, 다른 일반 운동인들보다 자주 도핑 검사를 할 가능성이 있고 그 타격이 훨씬 크기 때문에 논문의 중요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을 간략하게 보면, 현역 엘리트 선수 228명을 대상으로 하였고, 남자 128명(56%), 여자 100명(44%)이었으며 유도, 태권도, 탁구, 여자농구 등 14개 종목의 선수들이었습니다.


    조사대상 중 한약 섭취 빈도는 53.5-62.2%로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한약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엘리트 선수들의 운동영양보조물 섭취 빈도는 전체 78.9-82%인 것으로 볼 때 운동영양보조물 중 한약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참고로 엘리트 운동인의 운동영양보조물 섭취 확률은 과거 외국의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남녀 모두 운동 후 피로회복이 한약 섭취의 주된 목적이었으며, 근력 강화와 컨디션 조절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엘리트 운동인들의 한약 섭취가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닙니다. 심폐기능 및 지구력의 향상을 위한 한약, 빠른 회복을 위한 한약, 강한 집중력과 정신력을 도와주는 한약 등 다양한 처방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엘리트 선수들이 복용하는 한약을 무작위로 수거했습니다. 그리고 도핑 테스트에 걸리는 물질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210종의 금지약물 모두 음성 결과를 나타내어 한약의 도핑 안정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추가적인 정보는 남성의 경우 반도핑을 의식하고 있으며 본인의 의지로 한약을 복용하는 경향이 있으나, 여성의 경우 주로 타인에 의해서 한약을 복용하고 반도핑에 대한 인지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네환’을 복용한 임은지 선수나, ‘다이어트 양약’을 복용한 곽유화 선수의 예시를 보아도 여성 선수의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체크.jpg 그래도 도핑이 걱정되는 몇 가지 한약재가 있다던데요?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도핑방지위원회는 ‘2015년 한약의 도핑관리’라는 논문 [2]을 통해 몇 가지 걱정되는 한약재에 대해서 다시 정리했습니다.


    자하거(紫何車)
    자하거는 태반을 기초로 한 한약재이므로 인체 유래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하거는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코티손을 제거하는 특수과정을 거칩니다. 따라서 도핑 우려 한약재가 아니며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도 금지약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사향(麝香), 맥문동(麥門冬), 생지황(生地黃), 육종용(肉?蓉)
    한약재 보관을 위해서 사용되는 글리세롤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글리세롤은 은폐제로서 혈관주사로 맞았을 때 다른 도핑물질을 검출되지 않게 할 수 있는 금지약물입니다. 한약 표면에 입혀지는 글리세롤은 아주 적은 양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1일 최대 복용량의 1,000배에서 2,600만 배의 용량이 필요합니다. 혈관주사로 맞았을 때 문제가 되지 복용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귀판 (龜版)
    귀판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다고 하여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귀판에 있는 성분은 (+)-4-cholesten-3-one,  cholesterol  miristate,  sterol이라고 하여 자연계에서 널리 찾아볼 수 있는 천연물질입니다. 도핑에서 금지하는 동화작용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이 아닙니다.


    마인 (麻仁)
    대마의 씨인 마인은 금지약물인 THC(tetrahydro cannabinol)를 아주 소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즉, 양이 너무 적어서 일본에서는 도핑 금지 약물로 넣지 않고 있습니다.


    반하(半夏), 마황(麻黃)
    반하의 경우도 내부에 존재하는 소량의 에페드린 성분 때문인데요, 반하 1일 최대 복용량의 800배나 복용해야 도핑의 위험이 있습니다. 마황의 경우 에페드린 함량이 높기 때문에 경기를 앞둔 상태에서는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즉, 경기 중 금지약물이지 평소에 복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즉, 마황만 조심하면 (사용하지 않거나, 경기 일주일 전 복용 중단) 한약은 문제 될 일이 없습니다. 특히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2013년 한약재 성분 분석 및 도핑 관련 물질연구 보고서’에는 K대학교 태권도 선수들에게 십전대보탕, 생맥산, 육미지황탕을 복용하게 하고 도핑 테스트를 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마황, 반하, 마인 등의 최대 복용량을 복용시켜도 (하루 최대 복용량의 50% 농도로 2회) 도핑 테스트에서는 음성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결론입니다. 대부분의 도핑과 관련된 잘못된 소문은 비의료인에 의해 처방된 불법 약물이거나, 양약을 복용한 스포츠 선수가 한약을 핑계 삼았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실제 엘리트 스포츠인이 복용하는 한약을 수거해서 검사해도 도핑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약재에 들어있는 성분은 대부분이 소량이라서 문제되지 않습니다. 몇 가지 한약재만 조심하면 (한의사에 의해서 처방된 한약) 도핑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Reference


    [1] Kim JK, Chun YS, Kang SK, Cho HC. The Use of Herbals/Traditional Products Supplementation and Doping Test in Elite Athletes. Korean Journal of Sport Science. 2009;20(4):734-42.


    [2] Yun SJ, Je JJ, Lee H, Kim YJ, Lee HS. Anti-dopping of herbal medicine in 2015. J Sports Korean Med. 2015;15(1):1-9.



     청연한방병원 상무점 병원장 김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