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인선
[Ph.D. Life in Germany!]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경혈학을 전공하고 현재 독일 Tübingen 대학에서 뇌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박사 생활과 저의 연구 분야에 관해 재미있게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의사 이인선 프로필

실험 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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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실험 안전 교육 :

MRI 실험은 안전 교육이 중요한데, 실험자와 피험자 모두 금속 물질을 제거하고 들어가야 하며 피험자가 실험 도중 머리를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까다로운 실험 조건을 미리 잘 숙지해야 한다. 또 피험자들은 흔히 MRI 작동 시 들리는 큰 소음과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답답함과 어지러움을 느끼는데 이러한 사항들을 피험자에게 잘 설명하고 나서야 실험이 가능하다. 튀빙엔 대학 및 연구소에서는 MRI 연구를 하기 위해 필수로 1년에 한 번씩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안전 교육에서는 MRI 연구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주의 사항을 교육받는데,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실제 작은 금속을 이용해서 그 위험성을 직접 실험해볼 수 있다. 또 과거에 발생한 사고들을 사진을 통해 몇 년 이상 MRI 실험을 했던 연구자도 순간의 실수로 피험자에게 큰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던 사고를 보며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한국에서도 연구자들에게 실제적인 체험을 통해 더 철저한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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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RI 실험:
드디어 첫 실험이 진행되는 7월. 그마저도 함께 일하는 technician의 휴가로 인해 7월 중순에나 실험이 시작되었다. 피험자가 금식을 하고 와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만 실험이 가능하여 하루에 최대 2명까지 실험을 할 수 있었지만, 초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감안하여 한동안은 하루에 1명씩 실험을 하기로 하였다.


나와 HiWi student, technician, 피험자, 그리고 fMRI 예약 일정을 모두 맞춰서 시간을 잡는 것도 큰 일이었다.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안되는 일이 있거나 기껏 잡아놓은 예약도 나중에 바꿔달라고 하기 일쑤였는데, 초반에는 어지간하면 다 변경해주었다.


fMRI 실험 전날 피험자에게 줄 설문지를 인쇄하고 기타 실험에 필요한 준비물을 확인한다. 특히 데이터를 저장할 하드 디스크를 잊지 말고 준비해야 하고, 일부 냉장이 필요한 준비물들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스티로폼 상자들도 잘 챙겨야 한다. 실험 장소가 내가 일하는 연구실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 많은 준비물을 들고 이동하는 것도 불편하고 힘들 때가 많다. 또 함께하는 연구자들과 피험자에게 실험 시간을 잊지 않도록 미리 일러주어야 한다.


실험 첫날, 준비물도 빠진 것 없이 다 챙겼고 와야 할 사람들도 제시간에 다 도착했다. MRI 기계도 잘 작동하고 겉으로 보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피험자에게 실험 내용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실험 참여 동의서를 받는다. 실험 전 작성해야 하는 설문지를 작성하고, 채혈을 위한 주사 바늘을 꽂으러 이동한다. 실험 초기 문제는 주사 바늘 꽂는 데서 주로 발생한다. 의사가 아니라 채혈이 허가된 의대생이 HiWi(히비:독일 대학 교내 학생 연구직 아르바이트)로 실험을 도와주러 왔는데, 의사가 1분이면 할 일을 20분이나 걸려서 하고 있으니… 실험 진행 시간이 늘어지는 데도 이 학생은 왼쪽 오른쪽 팔과 손목을 확인하며 몇 번이나 바늘 찌를 곳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혹여 재촉하면 더 못할까봐 재촉도 못하고, 첫 번째 바늘이 들어간 순간 안도했지만 정작 나와야 할 피가 나오지 않아서 실패. 두 번의 시도 만에 채혈에 성공했지만, 매번 이럴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fMRI 측정 시간은 약 1시간 30분 남짓으로, 중간중간 피험자에게 상태를 물어보며 설문지도 작성하고 채혈도 하는 복잡한 실험이다. 첫 실험이 우여곡절 끝에 끝나고 피험자와 다음 실험 일정을 확인하고 배웅한 다음 실험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데이터를 확인한 후, 혈액을 혈액 검사실로 보내고 나면 피험자 한 명에 대한 실험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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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확인 :
나는 보통 실험 당일 설문지 내용을 excel 등에 저장하고 fMRI 데이터를 확인한다. 그래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빨리 확인할 수 있고 특히 fMRI 데이터는 피험자의 머리 움직임 (motion parameter)이나 BOLD signal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3-4시간을 들여 1st level analysis (피험자 1명에 대한 결과 분석)를 마치고 나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실험 초기에는 technician이 측정해야 할 sequence를 잊어버리고 측정하지 않거나 T1 weighted anatomy image에 문제가 있었지만, 그때그때 확인했기 때문에 다음 실험에서 다시 측정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설문지도 분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당일 컴퓨터에 입력해서 여러 하드와 서버에 나눠서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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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 out :
피험자가 실험에 참여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피험자가 여러 이유로 중도 하차하게 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실험자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는 일인데, 이번 실험에도 한두 명의 피험자가 중간에 실험에서 하차하였다. 이유도 다양한데 실험 과정이 불편하게 여겨지거나 (특히 채혈 과정에서 통증 및 불편감을 호소하는 피험자가 있다. 실험에서 채혈이 꼭 필요한 지 현재까지도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본인 혹은 가족이 질병에 걸려 실험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실험 시간을 자주 바꿔주기를 요청하거나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실험자의 재량에 따라 피험자를 더 이상 실험에 참여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실험이 잘 설계되지 않았거나 실제 수행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최소화해야 한다.


Data loss :
실험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 하나는 실험 데이터가 여러 가지 이유로 손실되는 것이다. 흔한 것으로는 피험자가 설문지에 답변을 하지 않고 공란으로 두거나, 실험 과정 중 일부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한다. 실험이 제대로 되고 나서도 자료를 잃어버리거나 측정된 자료가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도 해당 데이터를 분석하지 못하게 된다. 아직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상황을 대비해서 여분의 설문지를 준비하고 설문지도 피험자가 작성하고 나면 바로 확인해야 하고,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실험을 진행하는 Max Planck Institute에서는 여러 technician들이 상주하여 실험을 도와주고 의사도 대기하고 있어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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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 :
설문지로 측정한 behavioral data와 fMRI data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실험이 어느 정도 진행됨에 따라 group level analysis도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피험자 수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냥 참고하는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 fMRI data 분석에는 MATLAB을 기반으로 한 SPM 프로그램과 FSL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실험이 완료된 후에 정리된 데이터를 집단 간, 조건 간 통계 처리를 통해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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